관용표현은 왜 매번 발목을 잡을까
단어는 다 아는데 문장 뜻이 안 잡히는 순간, 있죠.
Don’t beat around the bush.
beat도 알고 bush도 아는데, 왜 "덤불을 때리지 마"가 아닌 걸까요. 관용표현은 단어를 다 합쳐도 뜻이 안 나오는 게 함정입니다. 그래서 모르면 그냥 못 푸는 거예요. 찍어서 맞힐 수도 없고요.
그런데 다행인 게 하나 있습니다. 수능이랑 모의고사에 나오는 관용표현은 생각보다 범위가 좁아요. 미드·영드에서 매일같이 튀어나오는 표현들이 그대로 나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10일 동안 정리한 미드·영드 표현 100개 중에서, 수능 듣기랑 독해에 나올 확률이 높은 것만 16개 골라왔습니다. 그냥 뜻만 외우면 금방 까먹으니까 왜 그런 뜻이 됐는지 유래까지 같이 담았어요.
주제별로 4개씩 묶었으니까 한 덩어리씩 끊어서 보세요.
1. 시험·공부 모드 표현 4개
시험 기간 대화에 그대로 나오는 것들입니다. 듣기 문제에서 학생 둘이 대화하는 상황이면 거의 이 범주예요.
1) Burn the midnight oil — 밤새워 공부하다
한밤중(midnight)에 기름(oil)을 태우며(burn) 등불 아래에서 공부하던 옛날 풍경에서 왔습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밤늦게까지 뭘 하려면 기름을 태우는 수밖에 없었죠.
"I have an exam tomorrow, so I’ll need to burn the midnight oil tonight."
내일 시험이라 오늘 밤은 밤새워 공부해야 해.
2) Hit the books — 작정하고 공부하다
책(books)에 몸을 탁 부딪치듯(hit) 몰입하는 그림입니다. "열공한다"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에요.
"I can’t go out tonight; I really need to hit the books for my final exam."
오늘 밤은 못 나가. 기말고사 때문에 진짜 공부해야 해.
3) Piece of cake — 아주 쉬운 일, 식은 죽 먹기
케이크 한 조각쯤은 손쉽게 먹어치우죠. 딱 그 느낌입니다.
"Don’t worry about the English test; it’s going to be a piece of cake."
영어 시험 걱정 마, 껌이야.
4)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 — 감당 못 할 일을 벌이다
입에 다 안 들어가는 크기의 음식을 덜컥 베어 물고(bite off) 씹지도 못하는 상황.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고 못 지킬 때 딱 쓰는 표현이에요.
"I think I bit off more than I could chew by signing up for three clubs at once."
한 번에 동아리 세 개를 든 건 내가 너무 무리한 것 같아.
2. 발표·긴장·응원 표현 4개
수행평가 발표, 면접, 대회 전에 나오는 감정 표현들입니다.
5) Get cold feet — 갑자기 겁먹다, 망설이다
긴장해서 발이 차갑게 얼어붙어(cold feet) 앞으로 못 나가는 모습이에요. 결혼식 직전에 도망가는 드라마 장면에 단골로 나옵니다.
"He got cold feet right before the wedding and ran away."
그는 결혼식 직전에 겁을 먹고 도망쳤다.
6) Break a leg — 행운을 빌어!
직역하면 "다리나 부러져라"인데 응원입니다. 연극계에 "Good luck이라고 하면 오히려 불운이 온다"는 미신이 있어서 일부러 반대로 말하던 데서 왔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요. 무대·발표·오디션·면접처럼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앞둔 사람에게 씁니다.
"You’re going to do great tonight. Break a leg!"
오늘 밤 잘 해낼 거야. 행운을 빌어!
7) Go the extra mile — 기대 이상으로 노력하다
성경 마태복음의 "누가 억지로 1마일을 가자고 하면 2마일을 같이 가주라"는 구절에서 왔습니다. 시켜서 가는 1마일 너머, 한 마일을 더(extra mile) 걸어가는 그림이에요. 칭찬할 때 쓰는 표현이라 인물 평가 문제에서 자주 보입니다.
"She is a great employee because she is always willing to go the extra mile."
그녀는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훌륭한 직원이다.
8) Blow off steam — 스트레스를 풀다
증기기관의 뜨거운 증기(steam)를 안전밸브로 뿜어내(blow off) 폭발을 막는 장면이에요. 운동하고 노래방 가고 하는 게 다 blow off steam입니다.
"After a long week of studying, I go running to blow off steam."
공부만 한 한 주를 보낸 뒤엔 스트레스를 풀려고 달리기를 하러 간다.
3. 대화·토론 표현 5개 (듣기 최빈출 구간)
이 다섯 개는 진짜 자주 나옵니다. 특히 rain check는 듣기 대화문에 꾸준히 등장해요.
9) Take a rain check — 다음 기회로 미루다
야구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다음 경기 티켓(rain check)을 주던 데서 왔습니다. 초대를 거절하되 기분 안 상하게 미룰 때 쓰는 정중한 표현이에요.
"I’d love to go to dinner, but I have to work late. Can I take a rain check?"
저녁 같이 먹고 싶은데 야근을 해야 해서요. 다음 기회로 미뤄도 될까요?
주의: "비 오는지 확인한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이거 헷갈려서 틀리는 학생이 정말 많아요.
10) Cut to the chase — 본론으로 들어가다
초창기 할리우드 각본에서 "늘어지는 장면은 잘라내고(cut) 관객이 좋아하는 추격전(chase)으로 바로 넘어가라"는 지시문에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We don’t have much time, so let’s cut to the chase."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11) Beat around the bush — 돌려 말하다
사냥꾼이 덤불(bush) 속 짐승을 직접 건드리지 않고 주변만 두드리는(beat around) 모습이에요. Cut to the chase와 정반대라서 세트로 외우면 좋습니다.
"Stop beating around the bush and tell me what really happened."
돌려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12) In a nutshell — 간단히 말하면, 요약하자면
작은 호두껍질(nutshell) 안에 핵심만 쏙 담는 이미지입니다. 요약문 완성 문제에서 신호 역할을 해요. 이 말 뒤에 나오는 문장이 곧 요지입니다.
"In a nutshell, the project was a huge success."
간단히 말해, 그 프로젝트는 대성공이었어.
13) On the same page — 생각이 일치하는
같은 책의 같은 페이지(same page)를 펼쳐놓고 함께 읽는 모습이에요. 조별과제 상황에서 정말 많이 나옵니다.
"Let’s have a quick meeting to make sure we’re all on the same page."
우리 모두 생각이 같은지 확인할 겸 짧게 회의합시다.
4. 상황 판단·반전 표현 3개
독해 지문의 흐름을 뒤집는 자리에 놓이는 표현들입니다. 여기를 놓치면 글 전체 방향을 잘못 잡아요.
14) A blessing in disguise — 전화위복
변장(disguise)하고 나타나서 처음엔 못 알아봤는데, 알고 보니 축복(blessing)이었던 상황. 지문 후반부 반전 자리에 자주 옵니다.
"Losing that job was a blessing in disguise because I started my own business."
그 직장을 잃은 게 전화위복이었어. 덕분에 내 사업을 시작했거든.
15) Back to square one — 원점으로 돌아가다
보드게임에서 말이 첫 번째 출발 칸(square one)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The client rejected our proposal, so it’s back to square one for us."
고객이 제안을 거절해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16) Take it with a grain of salt — 걸러 듣다
고대 로마의 해독제 처방에 "소금 한 알(a grain of salt)과 함께 삼키라"는 구절이 있었던 데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정보의 신뢰도를 따지는 지문에서 자주 등장해요.
"He tends to exaggerate, so you should take what he says with a grain of salt."
그 사람은 과장이 심하니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지는 마.
오늘의 16개 한눈에 보기
| 표현 | 뜻 |
|---|---|
| Burn the midnight oil | 밤새워 공부하다 |
| Hit the books | 작정하고 공부하다 |
| Piece of cake | 아주 쉬운 일 |
|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 | 감당 못 할 일을 벌이다 |
| Get cold feet | 갑자기 겁먹다 |
| Break a leg | 행운을 빌어 |
| Go the extra mile | 기대 이상으로 노력하다 |
| Blow off steam | 스트레스를 풀다 |
| Take a rain check | 다음 기회로 미루다 |
| Cut to the chase | 본론으로 들어가다 |
| Beat around the bush | 돌려 말하다 |
| In a nutshell | 간단히 말하면 |
| On the same page | 생각이 일치하는 |
| A blessing in disguise | 전화위복 |
| Back to square one | 원점으로 돌아가다 |
| Take it with a grain of salt | 걸러 듣다 |
외우는 순서, 이렇게 잡으세요
하루에 16개를 다 씹으려고 하면 내일이면 다 날아갑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1일차 시험·공부 4개 → 2일차 발표·응원 4개 → 3일차 대화·토론 5개 → 4일차 상황 판단 3개 → 5일차 위 표에서 뜻만 가리고 전체 복습
그리고 하나만 더. 뜻을 외우지 말고 예문을 통째로 소리 내서 읽으세요. 관용표현은 문장 안에 들어가 있을 때 훨씬 잘 붙습니다. Can I take a rain check?를 열 번 말해보면, 듣기에서 이 문장이 나왔을 때 해석하기도 전에 그냥 들려요.
관용표현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영역입니다. 단어처럼 유추가 안 되니까요. 대신 한 번 제대로 외워두면 평생 갑니다.
미드·영드에서 뽑은 표현은 매일 10개씩 올리고 있어요. 오늘 다룬 16개는 그중 수능 관점에서 고른 것들입니다.
2편에서는 감정·태도 표현 16개를 다룹니다. 기뻐 죽겠을 때,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 친구를 위로할 때 쓰는 표현들이에요. 인물의 심경 변화를 묻는 문제에 직결되는 파트라 1편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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