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영어 단어를 많이 외웠는데도 원어민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문장으로 보여 주면 금방 이해합니다.
그런데 같은 문장을 소리로 들려주면 전혀 다른 말처럼 느낍니다.
분명히 아는 단어인데 왜 들리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영어를 안다’는 말부터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단어의 철자와 뜻을 아는 것, 문장에서 문법 구조를 파악하는 것, 흘러가는 소리 속에서 단어의 경계를 찾아내는 것
이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똑같은 능력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What are you going to do?라는 문장을 눈으로 읽을 때는 단어 여섯 개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는 소리가 연결되고 약해져서 “워러유 거너 두?”에 가깝게 들릴 수 있습니다.
글자로만 영어를 익힌 학생에게는 아는 문장도 낯선 소리가 됩니다.
소리영어는 바로 이 틈을 메우는 학습입니다.
들었다고 해서 모두 들은 것은 아닙니다
영어교육에서는 흔히 hearing과 listening을 구분합니다.
Hearing은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생리적인 과정 에 가깝습니다.
Listening은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단어를 구별하고, 문맥 속에서 뜻을 만들어 내는 적극적인 과정입니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영어를 듣고 있었다고 해서 그 소리를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영어 애니메이션을 한 시간 틀어 놓았다고 해서 한 시간 동안 영어를 학습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노출된 시간이 아니라 소리를 구별하고 의미와 연결한 시간입니다.
제2언어 듣기 연구에서도 능숙한 청자는 두 가지 처리를 함께 사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첫째는 소리를 음절과 단어로 분해하는 상향식 처리입니다.
둘째는 상황과 배경지식을 이용해 다음 내용을 예상하는 하향식 처리입니다.
좋은 듣기는 둘 중 하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소리를 정확히 확인하면서 문맥을 이용해 의미를 구성해야 합니다.
Research into practice: Listening strategies in an instructed classroom setting
소리영어의 목표도 단순히 많이 듣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흘러가는 영어 소리에서 단어를 발견하고, 그 단어를 의미와 연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것이 핵심입니다.
왜 아는 영어도 엉뚱하게 들릴까요?
노래 가사를 잘못 알아듣고 몇 년 동안 엉뚱한 가사로 따라 부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런 현상을 영어로 ‘몬더그린(mondegreen)’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말하거나 노래한 표현을 다른 단어나 문장으로 잘못 알아듣는 현상입니다.
(참고)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mondegreen
외국어를 들을 때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합니다.
우리 뇌는 모르는 소리를 아무 의미 없이 내버려 두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모국어의 소리나 익숙한 단어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어의 실제 발음 패턴이 충분히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새로 들어온 소리를 한국어의 음절 구조에 맞게 잘라 버립니다.
예를 들어 Did you eat?가 “디드 유 잇”이라는 네 개의 또렷한 덩어리로 들릴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제 발화에서는 “디쥬잇?”처럼 연결됩니다.
Can I have it?도 “캔 아이 해브 잇”이 아니라 “커나이 해빗?”에 가깝게 들릴 수 있습니다.
아이는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외운 글자와 실제 소리를 연결하지 못해서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리영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 단어와 단어가 이어지는 연결음
- 약하게 발음되는 기능어
- 생략되거나 변하는 자음
- 문장의 강세와 리듬
- 의미 단위로 끊어 듣는 청킹
- 같은 단어를 여러 화자의 목소리로 듣는 훈련
단어장에 적힌 발음 하나를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 속에서 그 단어가 어떻게 변해 들리는지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EFL 환경에서는 듣기부터 해야 할까요?
한국은 일상생활 대부분이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EFL 환경입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는 ESL 환경과는 노출량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EFL에서는 반드시 듣기만 먼저 해야 한다”거나 “읽기는 나중에 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듣기와 읽기는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소리가 글자를 만나면 발음이 선명해지고, 글자가 소리를 만나면 읽기가 살아납니다.
영어 단어 인식에는 음운 인식과 철자 처리 능력이 모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https://pubmed.ncbi.nlm.nih.gov/30370498/
따라서 효과적인 소리영어 수업은 듣기만 고집하지 않습니다.
- 먼저 짧은 영어를 듣습니다.
- 들리는 단어와 들리지 않는 부분을 구분합니다.
- 대본을 보며 실제 문장을 확인합니다.
- 소리의 연결과 약화를 표시합니다.
- 다시 들으며 글자와 소리를 연결합니다.
- 문장을 따라 말하고 자신의 말로 바꿔 봅니다.
- 며칠 뒤 대본 없이 다시 듣고 떠올립니다.
이 과정에서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는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여러 통로로 처리하면서 서로를 강화합니다.
소리영어가 읽기 실력에도 도움이 되는 이유
읽기는 눈으로만 하는 활동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능숙한 독자는 글자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단어의 소리와 의미를 빠르게 불러옵니다.
초급 학습자가 영어 문장을 읽을 때 자꾸 멈추는 이유 중 하나도 철자, 소리, 의미가 아직 하나의 덩어리로 묶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nvironment라는 단어를 보고 철자를 한참 해독한 다음 한국어 뜻을 떠올리는 학생과, 단어를 보는 순간 소리와 개념이 함께 떠오르는 학생은 읽는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소리와 철자의 연결이 자동화되면 단어 하나를 해독하는 데 쓰던 주의력을 문장의 의미와 글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듣기만 하면 읽기·쓰기까지 저절로 해결된다”는 오해는 피해야 합니다.
읽기에는 어휘, 문법, 배경지식, 형태소 인식과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제2언어 읽기는 음운 처리뿐 아니라 어휘와 형태소 인식, 유창성 등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적인 과정으로 설명됩니다.
소리는 읽기의 전부가 아니라, 읽기를 단단하게 받치는 중요한 토대입니다.
반복은 필요하지만 횟수보다 방식이 중요합니다
기억 연구가 비교적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 한꺼번에 몰아서 반복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다시 만나는 간격 학습
- 답을 계속 보지 않고 기억에서 직접 꺼내 보는 인출 연습
미국 교육과학연구소도 학습을 시간적으로 분산하고, 기억에서 정보를 꺼내는 활동을 수업에 활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3. RESEARCH ON TEACHING READING
따라서 소리 반복은 이렇게 달라져야 합니다.
1단계: 구별하기
문장을 듣고 아는 부분과 놓친 부분을 표시합니다.
2단계: 확인하기
대본을 보며 실제 단어, 연결음, 강세를 확인합니다.
3단계: 모방하기
원어민의 속도와 리듬을 살려 짧은 덩어리로 따라 말합니다.
4단계: 복원하기
소리를 듣고 문장을 말하거나 적어 봅니다.
5단계: 바꾸어 말하기
주어, 시제, 목적어를 바꾸어 새로운 문장을 만듭니다.
6단계: 다시 꺼내기
다음 날과 며칠 뒤 대본 없이 다시 듣고 말합니다.
반복의 목표는 녹음기처럼 복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들은 표현을 기억에서 꺼내고 다른 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카드 동시통역 훈련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옥스포드 파닉스 월드 어휘 카드연습
이 훈련의 장점은 머릿속에서 단어를 찾는 시간을 줄여 준다는 것입니다.
카드의 한국어 의미를 보고 영어 표현을 말하거나, 영어를 듣고 상황과 의미를 즉시 떠올리는 활동을 반복하면 자주 쓰는 표현의 인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영어를 즐겁게 배워야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를 즐겁게 배우기 위해선 같은 소리와 표현을 조금씩 다른 상황에서 오랫동안 만나야 합니다.
학습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매번 평가처럼 느껴지면 아이는 소리를 듣기 전에 긴장하고, 틀리지 않기 위해 입을 닫습니다.
반면 자신이 들은 단어 하나를 찾아내고, 어제 못 들었던 문장을 오늘 알아듣는 경험이 쌓이면 반복은 벌이 아니라 성취가 됩니다.
아이가 작은 성공을 느낄 수 있어야 연습을 계속하고, 계속한 연습이 결국 유창성을 만듭니다.
즐거움은 학습을 대신하는 장식이 아니라 학습을 지속시키는 조건입니다.
리드마스터 영어전문 국어논술 학원은 소리만 따라 하게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문제집의 문장만 해석하게 하지도 않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귀로 알아듣고, 눈으로 정확히 읽으며, 자기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소리·문자·의미를 함께 연결합니다.
영어는 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영어교육은 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소리가 문자와 만나고, 문자가 의미와 만나며, 그 의미가 아이의 말이 될 때 비로소 영어는 시험지 속 지식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바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