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습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걸 누가 소설로 썼다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했을 텐데.
배드민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원숭이를 쫓기 위해 ‘원숭이 성대모사꾼’을 고용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미식축구 선수는 거의 한 시간 동안 독사가 숨어 있는 헬멧을 쓰고 훈련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무려 639년에 걸쳐 연주되는 음악회가 조금 전 다음 화음으로 넘어갔습니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보도된 뉴스 가운데 낯설고 재미있으면서 이야깃거리까지 있는 소식 10개를 골랐습니다.
1. 원숭이를 쫓으려고 ‘원숭이 성대모사꾼’을 고용한 인도
2026 배드민턴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뉴델리의 고민은 셔틀콕이나 경기장 조명이 아니었습니다.
원숭이였습니다.
뉴델리에는 붉은털원숭이가 흔합니다. 올해 인도 오픈에서는 실제로 원숭이가 경기장에 들어오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조직위원회가 찾아낸 해결책이 기발합니다.
랑구르 원숭이의 울음소리를 아주 비슷하게 흉내 내는 사람들을 고용한 겁니다.
붉은털원숭이가 몸집이 큰 랑구르를 두려워하는 습성을 이용했습니다. 실제 랑구르를 동원하는 대신 사람이 소리를 내기 때문에 동물을 해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조직위는 비둘기가 경기장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무독성 젤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AI와 로봇의 시대에 국제 스포츠대회를 지키는 해결책이 ‘원숭이 소리를 아주 잘 내는 사람’ 이라는 점이 묘하게 재미있습니다.
Reuters — India’s world championships organisers hire monkey whisperers
2. 쓰레기통을 머리에 쓴 남자가 영국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영국 클랙턴의 보궐선거에는 조금 특별한 후보가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Count Binface.
우리말로 굳이 옮긴다면 ‘쓰레기통 백작’쯤 됩니다.
실제 정체는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존 하비(Jon Harvey)입니다. 선거운동을 할 때는 커다란 은색 쓰레기통 모양 헬멧을 쓰고 자신을 외계에서 온 전사로 설정합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단순한 코스프레 참가자가 아니라 정식 선거 후보라는 겁니다.
공약도 기묘합니다.
영화관에서 너무 시끄러운 과자를 금지하자.
오락실 집게 게임을 좀 더 공정하게 만들자.
명왕성을 다시 행성으로 인정할지 국민투표를 하자.
웃기려고 만든 공약 같지만 그 안에는 생활 불편과 영국 정치를 풍자하는 메시지가 섞여 있습니다.
정치 풍자를 기사나 만평으로 하는 대신, 아예 후보자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Count Binface, the man in a can with a plan, seeks Parliament seat in Britain’s wackiest election
공약 모음
AP — Highlights from Count Binface’s election platforms
3. 브라질 의회에 나타난 뜻밖의 ‘참관인’ — 카피바라
브라질 마투그로수주의 주 의회에서는 의원들 사이에 예상하지 못한 방문객이 나타났습니다.
카피바라였습니다.
7월 30일 카피바라들이 쿠이아바의 주 의회 건물 안으로 태연하게 걸어 들어왔습니다.
건물 옆에 야생동물이 사는 공원이 있어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다시 밖으로 안내했고 시설 피해도 없었습니다.
영상만 놓고 보면 국회에 난입한 야생동물보다는, “회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구경하러 온 동네 주민” 같습니다.
카피바라 특유의 무심한 표정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Capybaras keep their chill while crashing Brazilian legislature
4. 미식축구 헬멧을 한 시간 가까이 썼는데… 안에는 독사가 있었다
이번 뉴스는 읽는 순간 머리가 간지러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아칸소주 모멜 고등학교에서 한 미식축구 선수가 훈련하던 중 헬멧 안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느꼈습니다.
코치가 헬멧을 확인했습니다.
안쪽 패딩 뒤에는 약 60cm 길이의 코튼마우스 독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선수는 이미 그 헬멧을 거의 한 시간 동안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뱀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물을 이용해 뱀을 헬멧 밖으로 유도했고 이후 안전하게 옮겼습니다.
다행히 선수는 물리지 않았습니다.
코치는 이후 선수들에게 장비를 착용하기 전 벌레뿐 아니라 뱀도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보호장비 착용 전 안전점검’이라는 말의 의미가 갑자기 달라집니다.
High school football player in Arkansas practices with a venomous snake in his helmet
5. 수소를 태워 시속 653.9km
미국 유타주의 거대한 소금 평원 본네빌 솔트 플랫에서는 또 다른 기록이 만들어졌습니다.
영국의 앤디 그린(Andy Green)이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 JCB Hydromax를 몰았습니다.
두 차례 주행 평균 속도는 시속 653.909km.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의 새로운 육상 속도 기록입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기록 시도를 감독했으며 공식 비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자의 이력이 더 놀랍습니다.
앤디 그린은 1997년 Thrust SSC를 몰고 시속 약 1,228km를 기록했습니다.
자동차로 음속을 돌파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29년 뒤 다시 운전석에 앉아 이번에는 수소 엔진의 한계를 시험한 겁니다.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할 때 사람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는데?”
Reuters — JCB Hydromax sets hydrogen-powered vehicle land-speed record
6. “그냥 오래된 게임인 줄 알았는데…” 창고에서 발견된 슈퍼마리오 97개
미국 위스콘신의 한 게임·팝컬처 매장 창고에 오래된 닌텐도 게임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묵은 재고였습니다.
그런데 수집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했습니다.
상자 안에는 Super Mario Bros./Duck Hunt 카트리지 97개가 거의 새것 같은 상태로 들어 있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수집가들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희귀 변형판이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생산 시기였습니다.
해당 게임 번들은 1991년에 단종됐는데 발견된 카트리지에는 1993년 생산 표시가 있었습니다.
전문 감정에서는 다섯 개가 PSA 10을 받았습니다. NES 카트리지가 PSA에서 완벽한 10점 등급을 받은 첫 사례라고 AP는 전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창고 구석의 낡은 게임. 다른 누군가에게는 게임 역사에서 설명되지 않던 한 조각.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같은 물건을 보고도 왜 어떤 사람만 이상함을 알아챘을까요?
가치는 물건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차이를 알아보는 사람의 지식 속에도 숨어 있습니다.
Ultrarare Nintendo Mario game cartridges discovered in Wisconsin
7. 2001년에 시작해서 2640년에 끝나는 음악회
독일 할버슈타트의 한 교회에서는 아주 이상한 음악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관객이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연 시간이 무려 639년 이기 때문입니다.
연주곡은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Organ²/ASLSP입니다.
ASLSP는 ‘As Slow As Possible’, 즉 가능한 한 천천히라는 뜻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01년 시작됐고 2640년에 끝날 예정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 음악회에서 중요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화음이 바뀌었습니다.
거의 25년째 이어지는 공연에서 기존 일곱 음의 화음에 변화가 생겼고, 수백 년짜리 공연 전체에서 보면 이제 약 4% 정도가 진행됐습니다.
보통 콘서트에서는 5분 동안 아무 변화가 없으면 관객이 불안해집니다.
여기서는 몇 년에 한 번 음 하나가 바뀌는 날 자체가 뉴스가 됩니다.
우리가 ‘느리다’라고 생각하는 시간의 단위를 완전히 뒤집어놓는 예술 작품입니다.
This organ will play one composition until 2640. It’s redefining how slowly music can be played
8. 50년 넘게 멸종된 줄 알았던 ‘걸어 다니는 소시지’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태즈먼해의 작은 섬 로드하우섬에는 아주 거대한 대벌레가 살았습니다.
별명이 더 재미있습니다.
Tree lobster — 나무 바닷가재.
그리고 Walking sausage — 걸어 다니는 소시지.
1918년 섬에 검은쥐가 유입된 뒤 이 곤충은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결국 멸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01년, 본섬에서 약 20km 떨어진 거대한 바위섬 볼스 피라미드에서 살아 있는 개체가 발견됐습니다.
이후 동물원들이 번식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야생에는 여전히 약 50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로드하우섬에서 침입종 쥐를 제거하면서 언젠가 이 곤충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멸종은 마침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자연은 아주 가끔 우리가 찍어 놓은 마침표 뒤에 한 문장을 더 숨겨 놓습니다.
‘Walking sausage’: the giant stick insect that proves it’s not over till we give up
9. 파도를 가장 잘 타는 개는 누구인가
캘리포니아 퍼시피카의 해변에서는 매년 아주 진지한 세계선수권이 열립니다.
선수들은 구명조끼를 입습니다.
서핑보드 위에 올라갑니다.
파도가 들어오면 균형을 잡습니다.
그런데 선수들이 사람이 아닙니다.
개입니다.
2026 World Dog Surfing Championships가 8월 1일 퍼시피카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대회에는 작은 개부터 대형견까지 참가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얼마나 오래 보드 위에 있었는지, 어떤 크기의 파도를 탔는지, 얼마나 자신감 있게 서핑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반려견 입양 행사와 지역 동물단체를 위한 모금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사진만 보면 귀여운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경기 규칙은 의외로 진지합니다.
아마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술점수보다 꼬리 흔들기가 더 눈에 들어오는 세계선수권 일 겁니다.
Top dogs ride waves at annual World Dog Surfing Championships
10. 한 달 동안 미국 동네를 돌아다닌 대형 왕도마뱀
미국 테네시의 한 동네에서는 주민들이 거의 한 달 동안 조금 특별한 이웃과 함께 살았습니다.
아시아워터모니터(Asian water monitor).
대형 왕도마뱀입니다.
집에서 탈출한 이 도마뱀은 거의 한 달 동안 주변 지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8월 11일 마침내 동물관리 당국에 안전하게 포획됐고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아시아워터모니터는 동남아시아 등에 사는 대형 도마뱀입니다.
그러니 평범한 미국 주택가 잔디밭을 걷다가 이런 동물과 마주친 주민 입장에서는 꽤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결말은 좋습니다.
도마뱀도 다치지 않았고 사람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녀석은 긴 동네 산책을 끝내고 결국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Look: Large lizard caught after nearly a month on the loose in Tennessee
이상한 뉴스는 왜 자꾸 읽게 될까
열 가지를 한꺼번에 놓고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아주 작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왜 사람이 원숭이 소리를 내고 있지?
어떻게 독사가 헬멧 안에 들어갔지?
639년짜리 음악은 도대체 누가 듣는 거지?
왜 1991년에 단종된 게임이 1993년에 생산됐지?
이색 뉴스가 재미있는 이유는 사건 자체가 이상해서만은 아닙니다.
이상함은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생태학, 과학, 역사, 예술, 기술 같은 전혀 다른 세계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오늘 하나만 학생들과 이야기해 본다면 저는 6번 슈퍼마리오 카트리지 이야기를 고르겠습니다.
누군가는 97개의 게임을 보고 말했습니다.
“옛날 게임이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물었습니다.
“잠깐, 이건 왜 1993년에 만들어졌지?”
똑같은 물건을 보았지만 질문 하나가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가 평범한 창고 재고를 게임 역사상의 발견으로 바꿨습니다.
공부도 꽤 비슷합니다.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가끔은 남들이 그냥 지나친 차이를 발견하는 눈이 더 중요합니다.
리드마스터 영어전문 국어논술 학원